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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글이 안 써지는 날

 유난히 글이 안 써지는 날이 있다. 꼭 그런 날은 ‘써야 할 글’ 이 있는 날이다. 직업적 글쟁이들은 마감이 임박하면 없던 글빨이 쏟아져 나온다던데, 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서 마감이 다가올수록 안그래도 모자란 글빨이 아예 자취를 감춰버리고 만다.

 글 쓰는데 청소거리 그득한 방구석에서 쓰긴 뭐하고 해서, 나는 쓸 글이 있으면 가능한 한 밖으로 나오는 편이다. 그리고 길바닥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글을 쓸 수는 없으므로, 적당한 커피집을 가서 노트북을 펴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꼭 마감이 임박하면, 마음에 드는 자리가 없거나 인터넷이 말썽을 부리거나 컴퓨터가 말썽을 부린다. 그런게 없으면, 창 밖에 유난히 샤랄라한 자매님들이 자주 보인다. 밖이 안 보이는 구석자리로 오면, 옆자리에서 포풍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혼을 쏙 빼놓는다. 이어폰으로 귀를 막으면, 평소엔 들리지도 않던 영어가사가 그날따라 귀에 쏙쏙 박힌다. 영어시험때나 이렇게 좀 들리지.

안다. 이게 다 핑계에 불과하다는 걸.
창밖의 자매님들은 언제나 샤랄라했고
옆자리 사람들은 언제나 시끄러웠고
영어가사는 평소에도 그정도쯤은 들렸다는 걸.

그렇지만 이게 다 핑계라는 걸 알고 있더라도
글이 안 써지는 건 변함이 없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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