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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요즘 말도 안되는 이유로 21세기임을 실감하며 살아간다. 재택근무에 온라인 강의라니 그야말로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미래세계의 모습이 아닌가. 거기다가 바깥 풍경은 사람마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데다 우주인을 연상케 하는 ‘레벨D’(그 이름도 가히 미래적이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마주치게 되니 이 또한 우리가 상상해왔던 펑크적인 미래세계의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요 몇달 사이에 미래세계의 희망편과 절망편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듯 하다. (좋아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네트워크로 업무를 보고 학교를 다니는 모습과 전지구적인 역병으로 사람들마다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모습.

이제 마스크 쓰는 게 예전만큼은 거추장스럽지 않을 정도로 지금의 이 상황에 우리는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된 것 같다. 물론 마스크 쓰는 것과 일명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칭되는 반격리 상황은 결코 완전히 편해지지는 않겠지만, 어쨌거나 이정도로 사태가 장기화되고 심지어는 아직도 속시원한 솔루션이 등장하지 않아 얼마나 갈 지 속단하기 힘든 상황에서 우리는 이 거추장스러운 상황에 준하는 어떤 ‘새로운 사태’를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는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나오는 전문가들의 아티클 중에 ‘뉴 노멀’을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나는데, 읽으면서는 썩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상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시일이 지나고 지나면서 정말로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상황을 ‘정상 상태’로 받아들이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상황이, 아니면 이것보다는 약간 나은 상황이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된다면, 정상 상황에서는 도저히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일을 하는 나같은 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지금이야 초반이니까, 임시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니까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서 아쉬운 대로 정상 상태를 대신하는 신앙 생활을 해나가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고착화된다면? 이런 질문은 이제 어떤 처지에 있는 누구라도 할 만한 것이 되었지만 정체성 자체가 ‘공동체’에 기반을 두고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조금 더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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