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Just Me

카페에 혼자 와서 화장실이 가고 싶을때

 별다방 같은 카페에 인터넷을 쓰러 종종 온다. 특히 신학교에 오고 나서는 교내에서 인터넷을 쓰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쓴다손 치더라도 영상 같은 고용량 데이터를 쓰기엔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보니 주말이면 인터넷을 쓰러 자주 오게 된다.

 뭐 사실 학교 오기 전부터 혼자 놋북 들고 종종 카페에 오곤 했다. 다니던 회사가 좀 자유로웠던 편이라 일이 안풀리거나 답답할 때엔 놋북을 들고 카페에 와서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일을 한 적도 있고, 시간이 애매하게 남으면 카페에 와서 글을 좀 끄적이다 가기도 했다. 뭐 지금이야 ‘안 올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카페를 자주 이용하고 있지만, 예전에도 인터넷 쓰러 카페를 자주 오긴 했다는 말이지.

 아무튼, 이렇게 사람 만나러 온 게 아니라 인터넷 쓰러 놋북 들고 카페에 오면 참 난감한 경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때다. 일행이 있다면야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겠지만, 일행 없이 혼자 오는 경우가 많은 나로써는(여럿이서 오면 생산적인 일 안하고 노가리만 까니까) 놋북을 깔아놓고 화장실을 가기가 엄청나게 부담스럽다. 그냥 가는 사람도 있긴 하더라만, 나는 쫄보라서 이 비싼 기계를 턱하니 올려놓고 자리를 비울 자신이 없다(고딩때 도서관에서 화장실 갔다가 워크맨을 하나 도둑맞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웬만하면 참거나 아니면 아예 짐을 싸서 일어나는 편이다. 근데 짐을 싸서 일어나기가 뭐할 때도 있는데, 아직 내가 카페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을 때다. 시간이 좀 남았거나, 할일이 남았거나 하면 짐싸서 일어나기가 그렇다. 커피를 또 마실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이걸 놔두고 일어나긴 싫다. 그래서 보통은 떠나기에 충분한 시간이 되지 않으면, 그냥 ‘참는다’. 이거 엄청나게 고통스럽다. 하는 일에 집중도 안되고. 그래서 몇 번은 놔두고 화장실을 간 적도 있긴 한데, 화장실이 다른 층에 있거나 하면 그것도 쉽지가 않다. 화장실에서 일을 해결하는 내내 불안함에 떨어야 하는데, 어떻게 다른 층까지 가냐.

 예전엔 이런 경험도 했었다. 카페마다 있는 1인석(옆으로 주루룩 앉는 자리)에 내가 앉아 있고 옆에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화장실이 급했나 보다. 음악 들으면서 신나게 뭔가 하고 있던 나를 툭툭 치더니 자기 노트북을 잠깐 봐줄수 있냐고 물어본다. 나는 흔쾌히 그러겠다 했고 그 사람은 화장실을 다녀왔다. 도대체 이 사람은 날 어떻게 믿고 나에게 노트북을 봐달라고 한 것일까. 내가 도둑놈이라면, 도리어 나에게 맡긴다고 부탁을 하는 게 더 위험한 거 아닌가. 아무튼 생판 모르는 옆사람에게 놋북을 맡기는 것도 꽤 신선(?)한 아이디어였지만, 나는 도저히 그걸 실행할 수는 없었다. 그냥 일어서고 말지.

 아무튼 이래저래 혼자 놋북들고 카페와서 화장실 가는 건 고역이다. 그렇다고 안 가면 하는 일에 집중이 안 되니 앉아있으나 마나다. 집중력을 생각하면 패기있게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와야겠지만, 내 소중한 놋북(+다른 물건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 아이를 혼자 남겨두고 화장실을 다녀올 수가 없다. 이게 참 설상가상인게 카페에 와서 커피를 마시면 거의 매번 화장실이 땡긴단 말이지. 근데 혼자서 카페는 자주 오고. 이렇게 이 딜레마의 상황은 엄청나게 자주 찾아오는데, 아직도 확실한 해법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놋북을 놓고 가야 하는가. 참아야 하는가.

근데, 확실히 화장실이 아이디어의 보고(寶庫)인 것 같긴 하다. 방금까지 카페에 앉아 글 두개를 썼다가 마음에 안들어 지웠는데, 짐을 싸서(갈려고) 화장실에 간 순간 글감이 떠올라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역시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땐 화장실이 특효약인듯.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